어두움 by writendraw

모르긴 몰라도
어두운 곳이 좋다.

더 어릴 때는 남자를 만날 때 자동 포토샵 처리가 되는 것 같아서 좋아했고,
술이 취해도 새빨개진 얼굴을 들키지 않아서 좋았다.
그래서 집에서 혼자 맥주 한 잔 할 때면 꼭 붉고 작은 전등을 켜놓고 마셨다.
그림도 잘 그려지고 글도 잘 써지는 느낌이 들었다.

오늘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버스를 탔다. 
시청을 한 바퀴 빙 두르는 노선의 버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시청을 돌고 있었고, 창문에 비춰진 도로를 봤다. 
시청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, 덕수궁과 이얼싼 중국어 학원 사이의 어두운 길
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집회마저도 조용해진 밤. 영업을 멈춘 음식점들, 그 사이로 간간히 새어나오는 불빛
문을 걸어 잠근 덕수궁

뜨겁고 발디딜 틈 없이 지친 사람들로 가득한 낮과는 전혀 다른 얼굴이다.
저 안에서 호랑이가 담배를 한 대 태우고 있을 것만 같은
시청 앞의 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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